대법 “미성년자 리얼돌은 수입 불가…아동성범죄 증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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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0732.html
성인 리얼돌 수입과 달리 판단
2021년 6월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리얼돌 체험방의 간판이 철거되고 있다.
김현규 청소년위해업소반대 비대위원장 제공
미성년자를 본뜬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돼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자 리얼돌은 성인 리얼돌과 달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인 리얼돌이 아닌 미성년자 리얼돌을 놓고 대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ㄱ씨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ㄱ씨 승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중국 한 업체로부터 미성년자 신체를 본 뜬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2019년 9월 인천세관장에게 수입신고를 했다. 해당 리얼돌 길이는 약 150㎝이며 무게는 약 17.4㎏으로 얼굴 부분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된 형태다. 인천세관장은 그해 10월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했다. ㄱ씨는 이에 불복해 2주 뒤 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했으나, 인천세관장은 12월 ‘심사청구 기각’ 결정을 했다. 이에 불복한 ㄱ씨는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관세법 234조 1호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이나 도화 또는 그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의 수출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1심은 2020년 6월 인천세관장의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라며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 판매돼 그런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 사건 물품 전체 길이와 무게는 16세 여성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앳되어 16세 미만 여성 인상에 가까워 보이는 점 등을 비춰보면, 이 사건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물품을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21년 6월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리얼돌 체험방의 출입문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현규 청소년위해업소반대 비대위원장 제공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성인 리얼돌 수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리얼돌이 전체적으로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성기구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으로 국가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를 근거로 관련 업체가 미성년자 형상을 한 리얼돌까지 수입하려 하자 인천세관은 관세법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한 것이다.
미국·호주 등에서는 아동 형상 리얼돌 제작·판매·소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미성년자 리얼돌 제작·판매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심사중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성적 만족(성교·유사 성교 행위)을 위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장난감·인형 등을 제작·수입·판매·대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성명문을 내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성행위 대상으로 보거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위험성을 증폭시키는 어떠한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범죄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는 리얼돌 수입을 금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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